엷은 색의 시간

SHOUT (at 2009.03.17 21:12)

crazypeach 2011. 3. 18. 17:43





  오랫만의 뮤지컬.

 

  프리코 때문에 영화며 연극이며 뮤지컬이며 콘서트며

  많이 가지만, 역시 난 뮤지컬이 제일 좋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아님 노래 잘하는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지

  뮤지컬을 보게 되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SHOUT 역시 배우들의 뛰어난 성량과

  여자로써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뮤지컬이 끝난 뒤에 기분 좋게 집으로 왔다.

 

  샤우트는 60년대 영국(으로 추정되는) 여성 잡지이다.

  패션, 연예, 연애 등등 여성이면 궁금하고 관심을 가질만한 거리들이

  실린 잡지로 Dr.필에게 상담을 받는 코너도 있었다.

  이 뮤지컬은 Dr,필에게 보내는 편지를 챕터1~6까지를 중심으로

  진행되가는데, 주인공인 다섯 여성들 각자 고민을 털어놓고

  어떻게 보면 진리이지만, 어떻게 보면 얼토당토하지 않은

  상담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60년대의 문화와 사회의 돌아가는 거리를

  곁들여 다섯명의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주로 사랑에 대한 고민거리가 주요 요소였지만,

  사랑의 고민 내에 숨겨져 있는 음주, 동성연애, 가정폭력, 불신이 있었고

  그들은 Dr.필에게 고민을 털어놓지만 결국은 Dr,필의 조언보다는

  자신들이 생각하고, 판단하여 삶을 살아가게 된다.

 

  여자 다섯명만 출연해서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기 떄문에

  남자들은 공감하지 못할 것 (오히려 화가 날지도) 들도 많았다.

  그리고 자칫하면 페미니즘 옹호 뮤지컬로 보여질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경이 60년대인 만큼 남성이 기득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로 마이너리티인 여성들은 수동적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외모의 컴플렉스로 인해 연애를 시작하기 쉽지 않았던 '레드'는

  자신의 숨겨진 매력을 믿으며 러브러브한 연애를 해나가고

  연애는 식은죽 먹기라고 생각하며 여러 장르(?)의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을 실감나게 말해준 '그린' 역시 진정한 사랑을 찾게되고

  존 레논을 사모한 나머지 미국에서 건너온 '옐로우'는 존 래논의 충격적인

  결혼발표로 인해 낙심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만 결국 남편의

  폭력에 유산까지 하게 되지만 자신과 같은 처치인 사람을 위한

  가정폭력상담원이 되고

  첫눈에 반해버린 남자와 결혼하지만 그 남편은 동성연애자라

  동성연애가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자 가족을 떠나버린

  남편을 그리다가 결국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오렌지'

  이와 반대로 남성과의 고제에서 아무 감정도 못느끼는 '블루'는

  결국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살 집을 찾게 된다.

 

  이 다섯명의 친구들은 각자 고민을 안고 살아가지만

  친구가 있었기에 그 고민을 나눌 수 있었고,

  Dr.필의 조언이 아닌 자신들만의 길을 나설 수 있을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해주었다. 그리곤 젊은 시절의 시간을 추억하면서

  앞으로도 자신들만의 길을 가는 그들의 모습은 그 언제보다

  당당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이 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Dr,필의 말도 안되는 조언에

  그런 엉터리가 어딨냐며 따지는 장면이었는데

  이 때는 정말 내 속도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곤 진작에 그런 조언따위 무시해버리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극 초반의 내용이 너무 사랑에 대한 것에만 치우쳐

  삶은 사랑만 있어서 사는 것이 아니야. 라고 (속으로) 구시렁 대다

  결국 종반에 이르러서야 그걸 깨닫게 되는 그들을 보면서

  그래도 정신 차렸구나 라고 안도 했다.

 

  비단 여자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어선 자신의 주관을 확실히 가지고

  그 확신을 가지고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겐

  제법 기분좋은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도 내가 원하는 길을 걸어가야 겠다고

  다시 다집하게 되었다.

 

 (+) 시간이 된다면, 여러 사람에게 이 뮤지컬을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배우들의 노래가 너무 좋아서 또 듣고 싶어지게 되는 연극에다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