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은 색의 시간

유쾌한 사람의 유쾌한 남미 여행기_'1만 시간 동안의 남미'

crazypeach 2011. 6. 12. 23:15




여행기라는 걸 처음 접해본 건
걸리버 여행기 일까나?
으하하. 이건 농담이고-

여행을 동경하지만
여건이 안된다는 핑계로(이건 정말로 핑계에 지나지 않는 다는걸 나도 잘 알고있다)
여행기를 대신하며 세계 여행을 즐기고 있다.
............................라고 말해도 그리 많은 여행기를 읽은 건 아니지만;;

아무튼-
'라틴소울'을 계기로 남미의 매력에 빠져버린 나는
남미에 대한 책을 찾다가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의 리뷰를 보게 되었는데
리뷰를 쓴 사람들 대부분이 진짜 재밌다며 강추를 하더라.
'여행기가 재밌으면 얼마나 재밌겠어- 그냥 그게 그거지'라며
건방지게 콧방귀를 뀌며 얼마나 재밌는지 봐주겠어! 라며 다소 오만을 떨며
책을 빌렸다. 무려 3권!!



도서관에서 세권을 빌려와서 책꽂이에 꽂아두고 전에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있으려니
울 맘이 슬쩍 들어와서 책을 펴보더니 책날개에 써 있는 저자의 약력을 보고
박장대소하는 거다.
재밌는걸 보면 읊어주는 버릇이 없는 엄마는
지금 범인이 누구냐- 왜 피해자를 죽였느냐를 설명할 매우 중요한 시점에 들어선
나의 추리소설 독서를 방해하며 저자의 약력을 아주 크게! 읊어주셨다.

책을 반납해버린 관계로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제법 유쾌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들으며 독특하기도 하고 웃기는 사람이구나~라며
읽던 책을 끝내고(사설이지만 범인은 조금 시시했다)
박민우씨가 소개하는 남미로 떠났다.


책을 한 권 한 권 읽으면서
처음에 콧방귀 꼈던 걸 매우매우 깊게 반성했다.
엄청 리얼하면서도, 재밌는 말투와 행동들로 책을 읽는 독자는 물론
저자가 여행한 국가의 사람들조 웃게 만들었던 유쾌한 여행기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아르헨티나'편.
안그래도 아르헨티나에 꽂혀서 진짜 오랫만에 '해피투게더'도 봤고
탱고 음반도 한 장 구입했던 찰나였는데
이 사람 여기에 불을 붙이는 것도 모자라
조금씩 조금씩 기름까지 붓는거다.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을 정도로.

특히- 멘도사에서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와인의 향이취하는 것 같고, 한가한 길 거리의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탈리아의 색채가 강한 도시. 멘도사
이탈리아도 동경하고 있는 나로썬 남미의 이탈리아라니!!
구미가 당기는 곳임에 틀림없다.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 파트에서도 정신 못차리고 빠져들었다.
이로써 나에게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는 이탈리아, 그리스를 제치고
아르헨티나가 급 부상하게 되버렸다.
저자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달 이상 머물정도로 좋았다고 하니
정말이지 나의 로망으로 떠오르게 되 버린 마력의 도시.

나의 이 두근거림과 동경심을 까먹을까봐
저자의 글 중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감상을 표제로 나타낸 글을 발췌했다.

'유난 좀 떨어야 겠다. 굳이 부에노스 아이레스만을 위한 서두를 따로 쓰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니까 그래도 된다. 호들갑을 떨거나 과장을 해도 된다.
사랑에 빠졌다고 울부짖어도 되고, 재수 없다고 불같이 경멸해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이해해줄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좋은 공기'라는 뜻이다. 이름과 상관없이 공기는 걸쭉하고 우울하다.
그래도 된다. 아니, 공기가 깨끗하고 말끔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싫다.
흐린 날씨가 눈물 나게 잘 어울리는 도시. 금,토,일 3일을 모두 토요일처럼 사는 도시.
가난해도 춤을 추고, 부자여도 춤을 춰야 하는 도시. 베스킨라빈스 같은 도시,
서른한 가지 맛이 모두 훌륭한 도시. 아니, 더 맛있는 도시, 피스타치오 아몬드라든지 자모카 아몬드 훠지 중
몇 개만 편식하면 안되는 도시.

산더미처럼 쌓인 고기 파이와 샐러드를 푼돈으로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도시.
모든 빵집에서 천재 빵군들이 과자를 구워내는 도시. 커피를 마시 것인지 마떼를 마실 것인지
와인을 마실 것인지 샴페인을 떠뜨릴 것인지 아니면 예쁜 콜라(아르헨티나의 병 콜라는 정말 작고 예쁘다)를 마실 건지
10분 이상 고민해야 하는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아이스크림에 박힌 쿠키처럼 감미롭기 만한 도시에서 나는 진지하게 이민을 꿈꿨다.
나는 이 곳에서 한 달 이상 머물렀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이 도시에서 한 달은 사흘처럼 짧기만 했다'


어찌 빠지지 않을까-
글만 보고 사진만 봐도 이리 설레는데 말이다.
그래서 결심한 것!
1년 아님 2년 안에 꼭 남미를 여행하고 말거다!

흔히들 중남미는 여행하기 위험한 곳이라고 겁을 주는데
위험하단들 어떠리. 내 눈으로 보고 싶고,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싶은걸-
나처럼 남미를 동경하게 되버린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남미에 관심이 1g이라고 있는 사람이라면
박민우씨의 이 책들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떠날 마음을 먹지 않고는 못 베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