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은 색의 시간

비빔 in Seoul

crazypeach 2011. 7. 7. 22:31




연극이나 뮤지컬도 좋아하지만
넌버벌 퍼포먼스 역시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안 좋아하는 공연무대가 없는 듯?)

난타도 봤고, 두드락도 봤고,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도
엄청 씐나게 봤던 기억이 있어
이번 비빔 in Seoul도 기대감을 안고 용산아트홀로~

용산구에서 호화 청사를 지어놨다고 엄청나게 까이던 그곳이 었다.
용산아트홀은.
구청을 으리으리하게 지어놓긴 했어.

공연장 로비에 들어서니
몇몇 비보이들이 로비에서 짤막한 공연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협찬 해주는 비빔고추장으로 비빈 밥의 시식회도 겸하면서 말이다.
사실 그들을 보며 바람잡이 정도로 알았는데 (그도 그럴게, 그닥 멋진 비보잉은 아니었으니깐)
왠결. 본 공연 출연진이었다니!!!
(물론 본 공연에서는 다들 끝내주게 보여주셨다.)

아무튼 비빔밥도 맛 보고 공연장에 들어서고
곧 공연이 시작.

처음엔 '진고'로 시작.
역시 시작은 북소리지. 라며 꽤 길었던 진고


웅장하게 시작을 알린 공연은
비보잉과 사물놀이패, 그리고 한국무용수들이 나와
서로의 재주를 뽐내고, 겨루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중간에 판소리하시는 분과 비트박서가 나와 배틀을 펼치기도
(판소리와 비트박스의 배틀은 제법 볼만했다. 신선하기도 했고-)

전반적인 스토리는 조금 유치;한데
비보이팀 대장과 사물놀이패 대장이 한국무용수 한 명에게 홀랑 반해버려
서로의 재주를 보이며 환심을 사려고 하는 내용.
하지만 넌버벌 퍼포먼스 아닌가. 스토리는 접어둬야지.

중간 중간에 관객들을 무대로 끌어올려 참여를 유도하기도 하고
추임새를 가르쳐 주며 써먹으라고 했지만
우리나라사람들이 누구인가. 발표할 때 손도 잘 안드는 사람들 아닌가.
추임새는 몇몇 분만 넣어주었다. 그래도 관객수에 비해
박수나 환호-는 제법 컸다.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한 공연으로는 괜찮았던 공연이었다.
국악과 힙합을 잘 버무려 놓은 그야말로 문화의 비빔의 장이었다.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공연.

하지만 아쉬웠던 점이 더 컸다.
20,30대를 겨냥한 듯한 공연 내용은 지나치게 힙합-랩, 디제잉, 비보잉-에 치우진듯했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서구의 문화를 버무린다는 것은 좋은 발상이고
그를 공연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하고 싶다.
내가 보기엔 국악에 힙합이 접목된게 아니라
힙합에 국악이 소스로 쓰인 듯한 기분은 떨쳐낼 수 없었다.

물론 공연 자체는 신나고, 즐거웠다.
하지만 한국문화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사물놀이라던지, 전통악단에 대한
공연 시간을 더 할애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물놀이가 얼마나 신나는지-어쩌면 힙합보다 더-알게 해줬음 좋겠다.
특히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라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우리가 가진 문화는 이만큼이나 좋다'라는 걸 꺠닳게 해줬음 하는게
내 개인적인 바람이다.

공연을 보는 내내 조금은 뒤틀린 심정으로
비보잉팀이 나올 때보다, 랩퍼들이 나올때보다
사물놀이팀이 나올 때, 소리꾼이 나올 때 더 열심히 박수를 쳤고
더 열렬히 환호했다.


두 문화적인 비중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좋았던 공연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미모의 무용수 갑순이;가 DJ를 택한 건 의외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DJ가 갓과 도포를 쓰고 휘키휘키~ 하는 장면도 볼만했고.


올 해 2월달에 극장 '용'에서 공연하고
이번 용산아트홀에서의 공연이 2차 공연이라 아직 부족한 점이 눈에 자꾸 보이는 것 같지만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믿는다.




(+) 알고보니 DJ로 활약해줬던 DJ Needle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에서도
     씐나게 판을 돌려줬던 분이었네. (오랫만에 괜히 반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