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불꽃
우연찮은 기회에 '푸른 불꽃'이라는 영화를 보게되었고
영화의 우울한 분위기라던지, 색감이 마음에 들었고.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원작인 책을 빌려봤다.
책이나 만화 같은 원작을 영상화하면
주로 원작을 탐독한 뒤에 영상을 비교하면서
"아~ 요런건 영상으로 제대로 살려줬어야지!'라고 비판아닌 비판을 했는데
이번엔 영화를 먼저봐서인지
글을 읽는 내내 영화에서 나타난 음울한 분위기가 감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문화생활이건 편식하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진 나에겐
엄청~ 골 떄리는 코메디도 아무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는 잔혹물도
그리고 진짜 사람을 무능력하게 만들어 버리는 우울한 영화도 가리지 않고 보게된다.
이틀에 걸친 출퇴근 시간을 바쳐 본 푸른불꽃은 보는 내내
내 주위에 '우울'이라는 아우라가 감싸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책을 보는 내내 영화에서 봤던 음울하고 습기찬 느낌을 받았고
장마철의 눅눅함까지 더해저 마치 내가 영화의 한 장면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주인공인 슈이치가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나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후회의 감정을 나 역시 느낄 수 있엇다.
(실제로 내가 뭔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아니었지만) 슈이치의 감정이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저지른 살인과 그 살인을 덮기위한 또 다른 살인.
하지만 자신이 한 짓이 모두 부질없는 일이었고, 그 일로 인해 고등학생 슈이치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가는 그 심리를 너무 잘 표현한 것 같다.
어찌됐든 나도 심리학을 공부했고 아직도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인간의 심리란-특히 범죄자-의 심리란 너무나 뻔히 들여다 보이지만
또 너무나 알 수 없는 것 같다. 싸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후회라던지 죄책감을 지닌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이지만-
그 내면에 또 다른 환희나 자존감을 지니고, 더 나아가 자신이 한 일을 모른척하고 회피하는
인간의 심리를 너무 잘 표현한 책인 것 같다.
그 덕분에 웬만해선 소설책에 감정이입을 안하는 내가
완전히 몰입해 버렸으니....
그리고 슈이치가 마지막에 사이클 핸들을 돌리는 장면에서 우연히 mp3에서 흘러나온
'blue'는 슈이치의 심정을 백분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 한 동안 약간의 우울감에 젗어있엇지만
금붕어 기억력을 뺨치는 나에겐 또 다른 하루가 시작 된 것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