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at 2007.07.27 00:06)
간만에 연극을 봤다.
제목도 긴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원래는 27일날 첫공연을 하는날인데
영화에도 시사회가 있듯이 극을 처음 시연해보는 자리에
영광스럽게(?) 가게 되었다.
사실 다른 연극들도 볼 수 있었는데
이 '옥수동에 서면...'은 캐스팅이 맘에 들어서 선택.
드라마 '부활'에서 조연이었지만 꽤 인상적인 역할을 맡았던
배우 이동규와 서프라이즈, 솔로몬의 선택 등등에 재연을
전문적으로(?) 맡았던 배우 이중성이 박문호역에
더블 캐스팅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끌었다.
25일 극에서는 이중성씨가 선보였는데
사실 이동규씨의 연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갔는데 좀 아쉬웠다.
배우 얘기가 너무 길었지만.........
일단 연극 자체는 꽤 감동적인 스토리였다.
옥수동 둔치의 허름한 한 집에서
주인집아저씨 건달, 밤무대가수가 살아하는 우리의 이야기였다.
최고의 번화가이며 소위 있는 사람들이 사는 압구정동을
내려다 볼 수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삶은 애달프기만 하다.
한 떄는 번개손이라 불리며 도박계의 전설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그저 열쇠공으로 사는 주인집 아저씨와
한탕주의를 꿈꾸며 도박판을 전전하는, 하지만 남 모르는
아픔을 가진 건달.
의붓아버지를 피해 도망나왔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밤무대를 돌어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처녀.
어떻게 보면 밑바닥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 사람이
각자의 가족에서 느끼지 못한 가족애를 점차 느껴가는 모습에
어떤 관객들은 엉엉 소리내며 울기까지 했다.
어쩌면 소재면에 있어서 도박이라는 꽤 극단적인 것을 선택한것도
극한 상황속에서 어떻게 서로를 의지하고 믿고 이해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옥수동과 압구정동은 너무나 다른모습이지만
삐까뻔쩍한 압구정동보다는 가난하지만 인간의 정이 넘치는
옥수동 둔치가 어쩌면 더 따뜻하고 행복한 부자가 아닐까.
(+) 소극장 무대에 이제 좀 익숙해진것 같다.
좁은 무대에서 배우들이 관객과 눈을 맞추고
같이 호흡하는 것이 이제는 큰 무대의 공연보다
더 정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