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 Sounds GreaT!!!
내가 가장 예뻤을 때 (at 2008.05.18 19:55) 본문
오랫만에 연극을 봤다.
대학로를 가면 주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버스에 앉으면 항상 지나가는 인켈 아트홀에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전광판을 보면서
저 연극 꼭 봐야지 했던 연극이었다.
사실 제목만 알았지 무슨 내용인지는 몰랐었다.
게다가 연극 시간도 쫌 늦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소극장 안으로 들어갔더니
왠 여자가 미친것 같이(?) 목을 풀고 노래부르고 연기하고 있었다.
성우 혹은 배우 지망생 노처녀 희윤과
그녀의 어머니는 지극히 평범한 모녀사이였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엄마와 친구처럼 된다는데
친구같은 모녀사이가 희윤과 엄마였다.
사실 나도 두 모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와 우리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 모녀사이도 어디가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친한사이이다.
언젠가는 옷가게에 가서 옷을 사는데
엄마랑 나랑 얘기하는 걸 본 사장님이
'굉장히 사이가 좋으시네요~'라면서
덤으로 선물까지 주는걸 받아 나오면서
엄마랑 나랑 이렇게 말했다.
" 우리가 친해보이긴 엄청 친해보이나봐, 이런 것도 주고."
사실 나 꼬꼬마일 때는 엄마가 무지 커보이고
엄청 무서웠다. 오빠가 혼나는 모습을 자주 봐서 그런지
엄마 앞에만 가면 설설 기었는데
이제는 엄마보다 키도 커지고 머리도 커져서
엄마가 무섭기 보다 너무 편한 사이가 되버렸다.
그래서 종종 걱정도 된다.
언젠가는 떨어져 살아야 할지도 모르고
또 언젠가는 엄마와 이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때가 되면 나는 과연 어떻게 엄마와 이별을 할까.
그리고 내가 엄마 없이 살 수 있을까.
극 중 희윤이도 밥도 하나 못짓고 34년을 살아온
철부지 딸이었다. 엄마한테 버럭버럭 소리지르고 싸우기도 하는
그런 철부지 딸.
극 중 희윤이를 보면서 나도 울 엄마한테 못된 딸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내 독한 말 하나가 엄마한테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지-
그래놓고 미안하다는 말도 선뜻 못하는 내 모습이
극 중 희윤이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극 중 희윤의 엄마처럼 울 엄마도
나를 귀여운 막내딸로 생각하고 계신다는 것도 알았다.
요즘 들어 부쩍 술마시고 노느라 외박이 잦은 나에게
타박을 하시지만, 아침에 들어와 쌜쭉한 내 모습에
웃어 넘기시면서 앞으로 한 번 만 더 그러면 맞을 줄 알라면서도
또 눈 감아 주시는 울 엄마.
밖에서 아무리 능력 없고 못난 자식이라도
내 품안에서는 가장 귀하고 이쁜 내 아이가 되는 것이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이 아닐까 한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그리고 내가 가장 못났을 때도
'엄마'들은 언제나 나를 예쁜 딸, 멋있는 딸로 알고 계시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존경스럽고
또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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