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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프리카 (at 2006.09.09 23:33) 본문

엷은 색의 시간

아프리카 아프리카 (at 2006.09.09 23:33)

crazypeach 2011. 3. 18. 16:09





 '우리가 노을로만 된 가슴으로 갈 수 있을지 - 황학주詩'

 

  

 잘 벌어진 노을 틈에 서서 젖고 있었지요

 

 들소들의 영혼이 투욱투욱 흙 파는 소리가 들리면

 

 적막 구덩이에 옥수수 알갱이가 몇 알 떨어지구요

 

 아카시아나무가 반 살다 놔둔 아카시아 가지들

 

 그 위에서 첫 우기를 놓친 새끼 새도 한쪽만 살아 있으려나봐

 

 이렇게 경사로로 둘러싸인 인생이 구릉을 넘을 때

 

 애기처럼 부드러운 물이 남아있는

 

 벗은 나무 하나에 기대어 물어 봤습니다.

 

 가자.

 

 들을 수 없는 슬픔으론 붉은 구릉을 하나씩 지어넣고

 

 그 위에서 바람 지나가는 소리를 지르는

 

 죽은 나무들은 지난해보다 더 낮아져 있습니다

 

 길이 아니어도 넝쿨을 뻗는 구름이

 

 운동화 끈처럼 풀어진 새들이 앉아 있는

 

 마지막 늪지로 벌써 들어가 있었습니다

 

 나무들을 밀고 들어간 수련이 목만 내놓고 떠 있습니다

 

 꿈이 있는 한엔 길을 보았다고

 

 아름다운 나라를 만났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노을로만 된 가슴으로 가고

 

 잘 엎어진 구릉만으로 저 길을 갈 수 있을지

 

 무진 애를 써서 더 휘청거려야 하는 거겠지요

 

 

 

 돌 하나를 달고 가는 물방울처럼

 

 붉은 하늘에 흰 달이 떠 있습니다

 

 

 

 

 

- funkafric booster의 음반을 구입하니까

  이벤트로 '아프리카 아프리카'란 책이 함께 발송되었다.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김중만 작가의 사진과 황학주님의 시.

  시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라 황학주님은 잘 모르지만

  김중만 작가는 사진으로 워낙 유명하신 분.

 

  그 책 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과 가장 맘에 드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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