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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의 감성에 빠져들다 - '라틴 소울' 본문

엷은 색의 시간

라틴의 감성에 빠져들다 - '라틴 소울'

crazypeach 2011. 5. 25. 23:08




새로운 만남은 우연을 통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우연을 지속해가다 보면 차츰 거기에 빠져들게 되버린다.
내가 P를 알게된 것도 우연히 틀었던 라디오였고
P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 검색을 하다 보니
그가 쓴 라틴 음악서가 있다길래
그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 대출 예약을 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돌아와 손에 넣었다.
대단한 연쇄작용 아닌가?

아무튼 월드뮤직의 대가 P의 음악적 박식함-특히 라틴 음악에 관해서-은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기대를 가득 안고 책을 펼쳤다.


첫 느낌은
'좀 어렵다-'였다.
그도 그럴게 나에게 라틴 음악은 생소 그 자체였으니까.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브라질=삼바'였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다고 하지만 '쿠바'음악에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밖에 몰랐던
무지의 상태에서 읽으니 눈이 핑핑 돌아갈 지경이었다.

그래도 끈기를 갖고 읽어보니 가끔 아-주 가끔
아는 이름도 나오고,
최근에 찾아보고 음악도 들어봤던 조빔의 이야기가 나올 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P의 지론은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가 (세세하진 않지만) 흘러온 중요 역사나 생활 상의 분위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 였다.
그 점에는 나도 매우 공감하는 바.
브라질의 음악의 변천사에서 1964년 쿠데타가 음악의 주류를 바꿔놓았다는 이야기나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이지만, 쿠바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음악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남미의 근현대사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


음악을 글로 접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책에 나와 있는 웹사이트의 음악을 종종 들으며 책을 읽다보니
라틴의 감성에 푹- 빠져버렸던 것 같다.
특히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아티스트-P가 절찬하고 잇는 '곤자기냐'-의 음악들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내게는 신세계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곤자기냐의 음악은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
곤자기냐 뿐만 아니라 탕고(tango의 아르헨티나식 발음은 '탱고'보다 '탕고'에 가깝다고 함)하면
떠오르는 피아솔라의 음악 여정과 연주 형태-악기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 또한 새로운 이야기였다.


피아솔라가 연주하던 반도네온과 아코디언이 어떻게 다르며-
악기 구성은 왜 5중주단에서 6중주단으로 바뀌었으며, 파이솔라 군단의 멤버 체인지와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피아솔라의 모습 등등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대가라 불릴 수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경외심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리베르 탕고' 역시 피아솔라의 음악이었다는 것도
P의 이야기를 통해 알았다.
그 동안 작곡가 이름도 모르고 그냥 음악만 들었던 나에 대해서도 조금 뜨악했고...;;
그러는 의미에서 뜬금없지만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리베르 탕고의 연주 동영상도 함께-


요요마와 친구들이 연주한 'Liber tango'


책을 읽다가 잠깐 덮고 음악을 찾아보고, 또 영상도 찾아 보면서
그야말로 '라틴 소울' 충만한 일주일 간-페이지 수가 만만치 않아서 나눠 읽곤 했다-이었다.



책의 마지막을 덮은 지금도
아직까지도 생소한 아티스트의 이름들이나 이야기가 많아서
라틴 음악의 1%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지만-
그래도 라틴음악과 남미 사람들의 감성은 조금은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라틴의 감성을 채워준 P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작사가로서의 P도 좋지만,
나긋나긋하게 세계의 음악, 세계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P 역시 좋다.



(+) 음원을 찾기에는 언어의 장벽으로 (절대 귀차니즘의 발동 때문만은 아니다!)
     책에 나와있는 곤쟈기냐의 팬이 만든 웹(http://www.gonzaguinha.com.br)의
     음악과 함께 P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웹 사이트의 대문과 '라틴 소울'의 표지가 왠지 잘 어울려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