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 Sounds GreaT!!!
조금은 색다른 '오이디푸스' 본문
심리학을 배워오면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란 말은
정말이지, 수도 없이 들어오기도 했고-
굳이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워낙에 잘 알려진 용어라
생소하진 않았다.
그리고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를 연극으로 만들어 낸 다는 것이 나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그리스의 도시국가 테바이의 왕과 왕비에게
내려진 가혹한 신탁으로 그들의 아이를 죽여야 했지만
결국엔 그 아이를 살려두고(물론 대외비였겠지만)
그로 인해 그 가혹한 신탁이 들어맞게 되는 가장 오래된 비극이다.
연극을 보고 나서
'오이디푸스'의 원전이 어떤 거였는지 좀 더 명확히 알아보기 위해
집에 있는 책들을 총 집합시켜 관련된 자료를 조금 찾아보았다.
(관극평을 위해 책까지 찾아보게 될 줄이아..........!)
다행히 집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이 두 권이나 있어
찾아보니, 한권에는 매우 간략한 이야기만 나와 있었고
다른 책에서는 꽤나 자세하게-주변 인물이며, 오이디푸스의 딸이자 이부동생인 안티고네의 이야기까지-
나와있었다.
두번째 책의 이야기에 따르면 연극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야기와
전반적인 스토리는 동일한 스토리였지만.
책에서는 감정적인 것을 배제한 이성적 사실에 의거한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연극에서는 인물들에게 감정을 좀 더 부과하여 극적으로 나타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긴, 기존에 알려진 내용만을 가지고 연극을 구성한다면
재미없었을 테니깐.
연극에서 어떻게 인물들에게 감정을 부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소제목에 '낭만비극'이라 칭한 것을 보면 대강 알 수 있다.
오이디푸스와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의 사랑을
신탁에 의한 비극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들과 어머니라는 관계를 벗어나 '남자'와 '여자'로서의 사랑에
초점을 두고 극을 이어갔다.
이 연극을 보고 무덤속의 프로이드는 살풋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문적인-그러나 잘 알려진-이야기를 해본다면.
의사이자, 정신분석의 주창자이며, 최초의 현대 성격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성욕을 성격이 발달하는 데 주요한 주체로 보았고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대부분의 것을 성(性)으로 보는 학자였다.
프로이드가 이야기하는 성격발달 과정은 구강기-항문기-남근기-생식기로 구분해
3-5세 떄 이미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성격을 형성한다고 주장하였다.
프로이드는 남근기를 성격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보았고
여기서 오이디푸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내가 공부했던 성격심리학 책에 의하면
'남근기의 갈등은 이성 부모를 소유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바람과 동시에 동성부모를
없애고자 하는 무의식적 소망이 들어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접어 놓겠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아이들의 성격발달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프로이드의 이론을
성인의 남녀로 시각을 바꿔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게다가 이론과는 직접적은 관련도 없겠지만-
연극을 보는 동안 프로이드의 이론이 떠올랐던건 사실이니까.)
다만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프로이드의 이론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아버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접는 거라면
연극 '오이디푸스'는 신탁이라는 가혹한 굴레로 인해 사랑을 접게 된다는 것이다.
소포클레스의 고전이 아닌 현대의 극으로 치환해서 생각해본다면-근친상간이라는 내용 또한 배제하고-
증명되지 않는 게다가 진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한 마디에 사랑이 무너지고
종국에는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아들로서가 아닌 한 남자로서의 오이디푸스와
어머니로서가 아닌 한 여자로서의 이오카스테의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저 서로를 너무 사랑하던 두 사람의 매우 슬픈 사랑이야기였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있던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나에게 생각보다 큰 임팩트를 주었고,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치 갈림길에 들어선 기차가 철로에 끼인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로
원래 가야할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틀어지는 것 처럼 말이다.
이 연극을 보면서 원전이 있는 작품을 연출가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각색한 작품에 대한 짜릿한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은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이 얼마만큼이나
큰 파급력을 미치는 것인지 또한 알게 해준 근래들어 매우 재밌게 본 연극이었다.
(+) 이 연극은 스토리적인 면도 색달랐지만, 극의 진행에 있어서도 매우 색다른 연극이었다.
첼로와 기타와 그리고 배우들의 목소리가 배경이 되어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하고 가라앉히기도 하는 등 음악적인 연출 또한
스토리만큼이나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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