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 Sounds GreaT!!!
진정한 서부는 그곳이었다 본문
국내 라이센스로는 처음 공연한다는 '트루 웨스트'의
기념비적인(?) 첫 공연을 봤다.
지난 달, 대학로에 갔다가 우연찮게 본 간판에서 본 이후로
11월 최고로 기대되던 작품이었는데- 아이프로슈머에서 운좋게 당첨!
게다가 오만석+조정석 / 배성우+홍경인의 조합이라니!!
오만석씨의 연기도 보고싶었지만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매우 인상깊었던 배우 배성우씨의 연기 또한
궁금해서 정말로 기대하면서 보러 갔고, 역시 기대 이상의 공연이었다.
트루 웨스트라는 연극을 인지하게 된 계기는
일본 배우 중 좋아하는 배우가 일본에서 올려졌던 무대에서 오스틴 역할을 맡았다는걸 알고
그 연극을 하면서 느꼈던 점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대체 무슨 연극일까 궁금해 했던게 계기였다.
형제로 나오는 두 사람의 대사양이 장난 아니어서 대사 외우기도 힘들었고-
체력적으로도 여러모로 힘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아니 연극이 다 그렇지,뭐-'란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무대에 올려진 연극을 보니
그 배우의 말이 진심이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대화의 양도 그렇지만, 두 배우의 엄청난 육탄전(!)을 눈앞에서 보니
'헉='소리가 날 정도였으니까...
무엇보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의 무대와
연극이 끝나고 난 무대의 모습이 너무너무너무 달랐다.
트루 웨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로 종종 어떤 연극인지 찾아봤는데
미국에서 공연할떄는 앞에 3줄을 비워놓고 했다는 말을 듣고
대체 뭔 짓(?)을 하길래 좌석을 비우는 거야 라며 볼펜소리를 늘어놓았지만
그럴만 한 연극이었다.
뭐 내용은 두 형제가 오랫만에 만나 치고박고 싸우는 얘기였는데
그 싸움이 연극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육탄전이었다.
방랑자 형 '리'는 오랫만에 어머니의 집에서 시나리오 구상을 하고 있는
헐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 동생 '오스틴'과 만나게 되는데 만남부터 장난아니었다.
'리'의 지나치게 자유 분방하고 다소 야만적인 행동에 당하는 오스틴을 보니
조금은 불쌍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동생의 일을 방해하질 않나- 차를 빌려달라며 떼를 쓰질 않나
형 '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오스틴'은 그런 형의 행동을 참아주는 것인지
아님 무시하는 것인지 모를 행동을 하며 다소 이상한 형제 관계를 보여줬다.
'오스틴'은 미쳐 날뛰는 말과 같은 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형은
동생을 그저 한낱 글쟁이로만 보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형제 관계는 이러했고, 극의 초반부에는 이해못할 행동만을 했던 '리'를
나쁜 놈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형을 이해하려고 했던 동생의 모습은 형을 좀도둑 망나니로 생각하며 늘 한심하게 생각했던것-
어쩌면 오스틴은 자기가 형에 비해 우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난 좋은 대학도 나왔고,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야! 라며
그런 오스틴의 숨겨진 마음을 드러내면서 극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샌님같던 오스틴이 형 리가 시나리오 쓰는 모습을 보며 이전의 형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버린것이다.
난폭하고 주정부리는 그런 형의 모습.
나는 리보다 오스틴의 입장에서 연극을 봤기 때문에 오스틴의 그런 감정 흐름이
너무 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극 후반부에 가니 오스틴의 그런 마음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오스틴은 아버지를 돌보는데 지쳐 형처럼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었던 것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라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건 그저 보여지는 것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형처럼 사막을 유랑하며 살고 싶었던 게 오스틴의 진짜 마음이었다.
사실 나도 가끔은 내가 하지 못하고 있는것,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아, 저 사람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거지? 나와는 다른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거야'
라며 부럽기도 하고, 내가 하고싶은걸 못하고 있는 내 현실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오스틴도 분명 이런 마음이었을 거다.
그 마음은 형인 리도 마찬가지 였다.
오스틴은 틀에 박힌듯 사는 자신과 달리 마음껏 사막을 유랑하고 사는 형이 부러워 했던것이었고
형 또한 동생의 모습을 보며 코웃음 쳤지만, 그 모습이 되고 싶었다는걸 아버지의 일화를 통해 나타내었다.
결국 두 사람다 서로의 모습을 동경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은채 살다가 그 감정이 폭발해버린 장면은 매우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게 있지만
모두 그걸 이룰 수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뤄내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싸우는 곳,
그곳이 진정한 서부가 아닐까.
(+) 샘 세퍼드의 오리지널 연극에서는 동생역할의 배우와 형역할의 배우가 격회로
역할을 바꿔 연기했다고 한다. 형 역할의 홍경인과 동생 역할의 배성우의 '트루 웨스트'는
어떤 연극이 될까 상상하는 것도 이 연극을 볼 때의 묘미!!
(++) 멋있었던 간판.
'엷은 색의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ありがとうの詩_Def Tech Live in 沖 (0) | 2010.12.26 |
---|---|
Honesty_선민 (0) | 2010.12.03 |
연극 '트루웨스트' (0) | 2010.11.16 |
야호 (0) | 2010.09.29 |
아방한게 매력 (0) | 2010.09.17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