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 Sounds GreaT!!!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미미여사! 본문
작년 여름
'낙원'이라는 소설을 우연찮게 본 뒤로
미야베 미유키(일명 미미여사)의 책에 푹- 빠져버렸다.
추리소설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에게
게다가 허무맹랑한 이야기보다는 조금은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미미여사의 이야기들은 내 구미에 딱! 맞는 이야기였다.
그 뒤로 미미여사의 책은 거의 다 읽어제꼈고
드디어 오늘 '하루살이'를 섭렵했다.
미미여사의 책은 크게 보면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상생활속에서의 범죄(혹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내용.
또 다른 하나는 미미여사가 심취헤 있는 게임-SF 게임 혹은 판타지 게임-관련 내용.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에도 시대의 기이한 이야기나 사건해결 내용.
미미여사의 책을 읽다보면 묘하게 끌리는 게 바로 에도시대의 이야기다.
에도시대는 일본의 1603년 부터 1867년 까지의 봉건제 시대로
한마디로 말하면 일본의 고전인 셈.
우리나라의 역사도 겨우겨우 알아가고 있는데 왠 일본 역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에도시대의 전경이 그려지면서,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가늠케 해주면서 묘한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
에도시대는 무사계급인 쇼군의 지위가 가장 높았고, 무사정권이 확실히 정립되어 있는
철저한 계급사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사정권의 시대가 있었고, 계급사회가 있어서 대강의 사회적 분위기는 알겠지만
인간의 생활풍습이나 주변환경은 확연히 다르므로 일본의 옛시대를 둘러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아무튼 '하루살이'의 주인공 역시 하급 관리인 무사이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얼치기 무사인 '이스쯔 헤이시로'와
그의 미쇼년 조카 '유미노스케'의 활약상을 이야기한다.
미미여사 책의 묘미는 수 많은 등장인물들이 요렇게 조렇게 얽혀들어가는 부분인 것 같다.
하루살이 상권에서는 단편 형식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길래
'아. 미미여사가 기이한 이야기 처럼 짤막한 글을 쓰나보다'란 생각이 드는 동시에
'근데 왜 두권으로 나눴지?'라는 의문까지 동시에 들게 해줬는데
역시 미미여사는 나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단편적인 사건의 주인공들이 결국엔 하나의 사건으로 얽혀지고
각 단편적인 사건들 역시 큰 사건에 어떻게든 연관되어 있었던 거다.
기막힌 미미여사의 스토리 텔링에 난 또 두손 들었다.
제법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였지만 쉼없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게 골짜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아주 사소한 질투, 그리고 연정 등등
에도시대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어쩌면 이 면이 나에게 더 흥미를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역자 후기에 의하면 미미여사는 에도시대 특히 자신의 고향인 후카가와에 대해
치밀하게 조사하고 공부해서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실감나게 그 시대 그 시절을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오토쿠의 조림가게나 마사고로의 메밀국수집과 같은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가게들에서의 일화들을 읽고 있으면 군침이 돌기도 하고, 마치 그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정도였다.
그리고 하급 관리와 그의 일을 돕는 오캇피키나 행수들의 이야기는 조금은 생소하지만
사람들끼리 부대끼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그리고 오늘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으면서 미미여사가 이끄는
에도시대에 다녀온 느낌이다.
그 속에서 나는 한량없이 거리를 쏘다니기도 했고
미친듯이 뛰어다니기도 했으며-
또 이런저런 사람들의 사정을 듣고 화내고, 웃고, 울기도 했다.
......이런, 난 역시 미야베 월드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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