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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은 색의 시간

메디아 온 미디어(MEDIA on media)

crazypeach 2011. 2. 28. 23:55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두번째 연극 관람작.
  지난 달에 본 혈맥individual은 시대배경도 그렇고
  북한 사투리 작렬-로 극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번 '메디아 온 미디어'는 그닥 이해하기 어렵지도 않고-
  참신한 구성으로 보기가 더 편했다.

  매우 작은 지하 창고스러운 무대와 관객석도 의자만 덜렁 놓인
  정말 말 그대로 연극 실험실인 무대였다.
  소품바꾸는 것도 의상 갈아입는 것도 모두 오픈되어 있는 무대였으니
  말 다했지,뭐-

  이 극단은 잘 알려진 원작을 연출가 나름의 참신하고 독특한 연출로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메디아 온 미디어'는 동음이의어의 언어유희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인 '메디아(MEDIA)'와 매스미디어를 뜻하는 미디어(media)를
  교묘하고, 그리고 기발하게 어울려 놓았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로 보는 그리스 신화 속 메디아.
원작의 스토리를 리얼리티 토크쇼(아마 치터스를 표방한 듯한), 다큐멘터리 쇼, 영화, 좀 응응한 에로 프로그램 등의 구성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게 된다.

아마 우리가 많이 접해 본 미디어인지 몰라도 연극을 보면서 TV채널을 돌리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여기에 연출자의 숨겨진 의도가 있었다.
무차별적으로 범람하는 매스미디어에서 진짜 나의 모습, 내 의견이 존재하는지
아님 매스미디어의 공격에 넋놓고 그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인지.
아마 연출자는 매스미디어의 부정적인 측면(폭력적이고, 진실이 아닌 것을 유포하여 이를 믿어버리게 만드는 것 등등)을 꼬집어 내고자 했던 것 같다.


신화 속 인물인 메디아는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마녀였지만, 극 속의 메디아는
복수를 부추기는 미디어의 속삭임에 넘어간 나, 그리고 우리와 같은 그냥 인간-이었다.
메디아는 미디어 속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도덕심하저 잃게 만들어 버려
결국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버린 것이다.


이 극을 보면서 생각난 사건이 있었다.
영화 친구를 보고, 친구를 찔러 죽인 중학생
탐정 만화를 보고, 죽은 친구의 시체를 토막내버린 20대

미디어는 즐거움을 줄 수도 있고, 때론 감동도 줄 수 있지만
그 뒷면에는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게 만들어 버리고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은 커녕, 뭘 잘 못했는지도 모르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말하자면, 동전의 양면같은 것-

동전의 어느 면을 취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잘못 선택한 동전의 한 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줄 순 있다고 생각한다.
어두운 면을 고르지 않게 삐용삐용 경고를 해줬던 연극이었다.






(+) 매우매우 작은 극장, 게다가 시멘트로 벽과 바닥을 칠한 그냥 지하실과 같은 무대에 매료되었다.
     화려하고 웅장한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허름한 곳에서 보는 연극도 제법 신선한 자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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