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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은 색의 시간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crazypeach 2011. 9. 17. 21:20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게다가 회사가 집에서 엄청 멀어져서
시간적인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던 날이 한달 반 정도 계속되니
내가 좀 지치는 거다.

지치는줄 몰랐었는데, 추석연휴에 쉬다보니
다시 사무실에 나가니 지치는게 느껴지더라.
그러던 찰나 엄마가 접수해버린 연극-무려 산울림 소극장에서 올리는 연극-이 있어
간만의 문화생활을 즐기고자 칼퇴를 감수


역시 산울림 소극장은 좋다.
극장도 좋지만 올리는 연극도 참 좋다.
산울림 소극장 26주년을 기념한 두번째 창작극이자 임영웅님의 연출의 극.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에서는 장년 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는 장년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요즘 한 드라마로 인해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버킷리스트의 뜻은 '죽기전에 꼭 해야 할일들'이라고 할 수 있을듯.

극 소개에서 60후반의 여성들의 버킷리스트에 대해 다룬 연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했는데
나도 언젠간 60대가 될거고 (장담할 순 없지만 요샌 평균 수명이 늘었으니까.)
나보다 인생을 더 먼저 살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자들은 10대에도 60대가 되어도 여자라는 것.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자신이외에도 다른 사람을 돌아봐야 되므로
이것저것 신경쓸 일이 많고,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지만
멋진 이성을 보면 반하게 되고
또 사랑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것.
한 남자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또 그 자녀의 자녀들에게는 할머니 겠지만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한 사람의 여자라는 것.


극 중에서 혜숙과 옥란은
오래전 사별을 하기도 하고, 병든 남편의 수발을 들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삶을 살고 있던 중 학창시절 몰려다니며 놀던 친구의 초대로 한 곳에 모이면서
잊었던 사랑도. 항상 곁에 있었지만 몰랐던 사랑도 찾아갈 수 있었다.
60대 후반의 나이에 좀 더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자존심이 쎘던 남편이 자살을 하게된
재분이라는 인물의 설정은 조금 과하다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재분이라는 인물을 통해 별 의미없이 시간만 보내던 사람들이
삶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그걸 만끽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단 점에서는 재분의 그런(?) 행동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인정해줄 수 있었다 (물론 불륜이 옳은건 아니다)
다소 파격적인 설정이 작가나 연출가가 의도한 바를 부각시켜줬던 극의 전형이라고 할까?


극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그 행복감에 빠져 살며
그 행복을 친구들에게 전해줬던 재분이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죄책감과 두려움을 드러내며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던 중
재분으로 인해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 두 친구가 재분을 향해 보여준 모습이었다.
스스로가 행복함을 느꼈다면 앞으로의 일에 먼저 겁을 먹고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느낀 그대로 사랑하고 살아가라는 옥란의 말이 아직까지도 뇌리에 남는다.

지금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라는 말은
대개 자신의 삶에서 후회스러운 일을 남기지 말라는
어르신들이 훈화말씀같은 거로만 생각했다.
나는 못하니까 젊은 너희들은 그렇게 살아라- 라는 뉘앙스의 말.
그러나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의 세 명의 여성들은
나는 못하니까-가 아닌 '나도 지금을 즐기며 살겠노라.' 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참 멋진 어르신들이 아닌가.



굳이 뭘 해야 겠다고 찾아다니는 것 보다
그냥 지금의 내 삶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현재를 살아가는것-

아름다운 꿈을 깨어나서 그 꿈을 반추하며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꿈을 깨어나서 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버킷리스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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