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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잔혹사, 연극 '뿔' 본문

엷은 색의 시간

직장인 잔혹사, 연극 '뿔'

crazypeach 2015. 7. 24. 01:30

 

 

 

 

오랜만에 찾은 유시어터.

몇 년 전, 공연을 본 이후로 두번째 연극인 '뿔'

 

 

 

 

오랜만에 공감이 가면서도 조금은 씁쓸한 느낌이드는 연극이었다.

지하에 극장이 있어 극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가 참 인상 깊은 연극이기도 했다

연극이 시작하기 전 내려가며 보던 것과 연극이 끝나고 올라오며 보는 느낌은 참 다른 느낌.

 

왜 하필이면 뿔-그것도 사슴의 뿔-을 그려놓았을까.

'뿔이 잘려나가는 사슴'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지 연극을 보면 와닿을 것이다.

 

어미에게 태어난 새끼 사슴은 금새 일어서고,

또 조금만 익숙해지면 겅충겅충 뛰어다닌다고 한다.

그렇지만 농장에 갇힌 사슴은 뿔을 잘리며 인간들의 노리개가 되고

노쇠하거나 힘이 약한 사슴은 노리개의 역할을 한 뒤에 식량이 되기도 한단다.

혹 노리개의 역할을 하다가 살아남은 사슴은 또 언제든지 뿔이 잘려나갈 수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사슴농장에 갇힌 사슴을 회사에 메인 직장인으로 치환하여 전개되는 극을 보며

그다지 길지도, 짧지도 않은 나의 직장생활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제는 모두 다 직장인이 되버린 나의 친구들의 이야기도 생각이 나더라.

 

'내 밥값'과 연계된 인사평가를 잘 받기 위해 상사에게 아부하고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다가 그 줄이 끊기는 바람에 인생이 꼬이기도 하고

나보다 못난 사람은 처절하게 밟아버리고 나보다 잘난 사람은 술수를 써서 내쳐버리기도 하는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그런 직장인들의 잔혹사를

그것도 진짜 삶의 모습이 아닌 사슴농장의 사슴들의 모습으로 그려내니

무서울 정도로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어떻게 보면 사무직종에서도 조금 더 전문적으로 보여야 하는 직무(...)를 해왔고

그러한 직무를 하는 조직들은 TV에서 보고 느끼던 그런(?) 조직과는 규모와 성격이 조금은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런 조직 안에서도 별의 별 일은 다 일어나고 어찌보면 참 더럽거 아니꼬운 모습을

직,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직종이라 완전 100%는 아니지만 꽤 많은 이야기가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아, 나도 그 안에서 잘난 체 좀 하려고 했는데 결국엔 나도 그냥 한 마리 사슴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다행인건지 아닌건지......는 아직까진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나도 침 한 번 퇘 뱉고(지,진짜 뱉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 무리를 탈출해온,

이제 갓 사슴농장 울타리를 넘었지만 언저리에 기웃대고 있는 한 마리 사슴으로서

조금은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눈 앞의 인사평가에 급급해 하고, 어떻게든 튼튼한 동아줄을 잡아보려고 애쓰는 게 전부는 아니며

내 소신이나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 버리고 나온 후의 생활은 사슴농장 사장님 처럼 녹록치만은 않겠지만

어차피 녹록치 않은 건 조직 안에서도 마찬가지일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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